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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자해다 2화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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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문 열지 마.”


그녀가 그렇게 말한 순간이었다.


삐빅.


객실 문에서 전자음이 났다.

나는 그녀를 바라봤다.


“뭐야?”


그녀의 얼굴이 굳었다.


“잠깐만…….”


삐빅. 철컥.


이번에는 잠금장치가 풀리는 소리가 났다.


“야, 문이 왜…….”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문이 열렸다.

복도 불빛과 함께 남자 하나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스무 살을 조금 넘겼을까.

키는 175쯤 되어 보였고 몸은 빼빼 말랐다. 반소매 아래로 드러난 양팔에는 문신이 가득했다. 무엇보다 눈매가 사나웠다.

그런데 내 시선을 잡은 건 따로 있었다.

남자의 손에 들린 각목이었다.


“꺅!”


그녀가 짧게 비명을 질렀다.

남자는 문을 발로 밀어 닫았다.


그리고 그녀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왔다.

“ㅅㅂ 계집년이.”


그가 이를 악물었다.


“내 돈 떼먹고 무사히 도망칠 줄 알았냐?”


나는 본능적으로 한 발 물러섰다.

남자의 시선이 이번에는 나에게 향했다.


“형씨는 비키쇼.”


“……나?”


“우리 둘이 해결할 일이니까.”


남자는 다시 그녀를 바라봤다.

각목을 손바닥에 툭툭 두드렸다.

그녀는 침대 옆에 선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 내가 창원 태준이한테 빌려준 돈 다 가져갔다메?”


남자가 말했다.


“가온나. 이자까지 해서.”


그녀의 표정이 달라졌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겁에 질린 것 같았는데, 이번에는 어이가 없다는 얼굴이었다.


“내가 받기는 받았지.”


“그럼 내놔.”


“근데 내가 빌렸어?”


남자가 눈을 가늘게 떴다.


“뭐 개같은년이 어디서 쳐돌았나?”


“내가 너한테 빌려 달라고 했냐고.”


“이게 지금 장난하나?”


“준 사람이 알아서 준 건데 내가 왜 갚아?”


나는 둘을 번갈아 바라봤다.

도무지 무슨 이야기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남자는 돈을 빌려줬다고 했고, 그녀는 받은 건 맞지만 빌린 돈은 아니라고 했다.

불과 몇 분 전까지 나는 이 방에서 전혀 다른 상황을 예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웬 문신한 남자가 각목을 들고 돈을 내놓으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나는 그냥 침대 끝에 걸터앉았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담배 하나를 꺼내 물었지만 분위기가 분위기인지라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지금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냐.’


남자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좋은 말로 할 때 내놔.”


“없어.”


“없어?”


“응.”


“마 진짜 나 우습게 보나?”


그가 각목을 들어 보였다.

그녀는 그것을 잠시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뜻밖에도 한숨부터 쉬었다.


“하…….”


나는 그녀를 쳐다봤다.

겁먹은 사람의 한숨이 아니었다.

귀찮은 일을 또 만났다는 사람의 한숨에 가까웠다.


“야.”


그녀가 말했다.


“그거 내려놔.”


남자가 헛웃음을 쳤다.


“싫다면?”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나는 그제야 이상한 걸 느꼈다.

그녀의 자세가 달라졌다.

몸을 살짝 틀고 한쪽 발을 뒤로 뺐다.

남자는 그것도 모르고 한 발 가까이 다가왔다.


“돈 내놓으라고.”


그 순간이었다.

그녀의 몸이 빠르게 돌아갔다.

다리가 크게 원을 그렸다.

남자가 뒤늦게 고개를 돌렸다.


퍽.


순간 방 안이 조용해졌다.

남자의 몸이 휘청했다.

각목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툭.


남자는 몇 걸음 버텨 보려는 듯 비틀거리다가 결국 바닥에 주저앉듯 쓰러졌다.

나는 담배를 손에 든 채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녀는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말했다.


“아, 진짜 짜증 나.”


나는 바닥의 남자를 한번 보고 그녀를 다시 봤다.

잠시 말이 나오지 않았다.

겨우 한마디가 나왔다.


“너…… 뭐 하는 애야?”


그녀가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씩 웃었다.


“오빠.”


“왜.”


“나 원래 이런 거 잘 안 한다고 했잖아.”


나는 바닥에 쓰러져 있는 남자를 다시 내려다봤다.

그 말이 이제는 처음과 전혀 다르게 들렸다.





3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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